오래 자리 비웠다가 돌아온 게 처음도 아닌데 또 오랫만이네 어쩌네 하는 것이 어색해, 언제 그랬냐는 듯 최근 본 영화 감상을 남겨보지만, 글쓰는 감각은 완전히 잃은건지 저렇게 성의없는 몇 줄에 마음에 드는 스틸 이미지 몇 장을 올렸을 뿐.. 다시 열심히 블로깅을 하게 될 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이웃들 블로그는 거의 빠지지 않고 본 듯. 나도 뭘 좀 써야 할텐데..가슴에 부담을 가진 채로.
잘 지냈고, 아주 알차게 놀고 일한 2011년 여름이었다. 여름을 맞이할 준비로 한창이던 유월, 우리에겐 미래가 없고, 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아무 것도 기대해선 안되며, 하지만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겠다, 라는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말을 들었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없던 바람도 생겨나고 마음에 욕심이 생겼다. 어디까지 줄 수 있는지,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내가 '조종'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나 너무 나쁜 여자. 어른스럽고 조심스러운 행동에 마음만 조급했다. 그러면서도 바라고 기대하는 입장에 있는 내가 싫어서 아닌 척 꾸미게 되고.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내 모습은 사라지고. 칭찬받았던 나의 '사랑과 긍정의 눈'은 의식을 하면 할 수록 불만스럽고 나약한 나의 다른 반쪽에 의해 점령당하는 것 같았다.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는 마음과,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한숨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벌이고 회사 일에 몰두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는 데에는 두 달이 걸렸다.
지난 금요일에는 6개월간 동고동락한 팀원들, 그리고 ED동 옆 팀 사람들과 팀 전통에 따라 인턴 마지막을 기념하는 아침식사를 했다. 사람들이 한국식 커피믹스를 타서 얼린 아이스커피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커피 두 통하고 작은 케이크를 하나 굽고, 미니 크로아상과 빵오쇼콜라를 스무 개 쯤 사갔다. 발레리는 je veux pas que tu partes! 내가 안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거짓말 안보태고 네 번 쯤 했고 (프랑스 사람에게서 이런 얘기 듣기 쉽지 않기에 사실 더욱 고맙고 기뻤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볼인사를 하는 나를 사빈은 두 팔로 꼭 끌어안아 주었다. 줄리앙이랑 가라고 4성급 호텔직업학교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학생들이 직접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는) 이용권도 선물로 받고, 포트폴리오 마케팅 팀은 아마데우스 로고가 새겨진 usb 키니, 펜이니, 인형이니, 하는 것들을 잔뜩 챙겨주셨다.
너무 큰 회사라 인간미가 없네, 직원들끼리의 유대감이 부족하네, 했었는데. 확실히 중소기업과는 분위기도, 문화도 다르지만 (사내식당에서 점심 먹는 걸 제외하면 회사 밖에서 만나거나 뭘 같이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반 년을 지내면서 이 곳 나름의 사람 사귀는 법을 체득한 것도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달까. 지인들 총동원해서 구직활동에 도움을 주신 분들도 너무 고맙고.. 조금 큰 물에서 놀아보자, 하고 인턴 후 채용될 가능성 100퍼센트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인턴을 거절한 후 들어간 거였는데. 실제로 그 자리에 들어간 학교 동기는 오퍼를 받았고,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게다가 평생 갈 것 같은 친구 루카스 (두번째 사진 속에 어깨에 스웨터 두른 아이 - 연보라색 스웨터라니, 정말 게이같아! 하며 놀렸다 ㅋㅋㅋ)를 만난 곳도 여기. 인턴 마지막 날 저녁에 자기 집에 와서 아페리티프 한 잔 하고 같이 니스 시내에 나가서 저녁이나 먹자길래 알았다고 했는데 그의 집으로 갔더니 친하게 지냈던 인턴들이 모두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서프라이즈 너무 좋아하는데 ㅠ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벤트에 완전 감동. 스웨덴에서 자란 루카스는 일견 굉장한 개인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세심하고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다. 인턴 무사히 끝난 걸 축하해! 잔을 부딪히고 비우면서 와, 나 이렇게 사랑받고 있구나.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사람을 오래 두고 만나는 편인데 외국에 살게 되면서 최고로 아쉬웠던 것이 사람. 친구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그들과 보낸 시간들. 이십대 후반에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진짜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지금은? 살며시 고개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의 우정과는 비교가 안된다. 더 깊거나 더 얕은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색이 다르다. 다름에서 오는 풍성함과 결국은 우리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때의 짜릿함. 이런 우정도 꽤 괜찮다.
인턴쉽 레포트도 제출했고, 발표도 마쳤다. 이로써 석사 학위를 위한 학생으로서의 임무는 끝. 이제 더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것. 야호 소리지르고 방방 뛰고싶은 마음과 침을 꿀꺽 삼키게 되는 불안함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작은 막이 내렸다. 축하해 릴로. 삼 년 동안 잘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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