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num and Mason's Christmas Spiced Tea the table

피카딜리 시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그리스를 Spectaclesalondres.fr라는 프랑스 사이트에서 65파운드에 예약했었다. 공식 사이트보다 거의 30-40% 정도 싸서 와아!! 이랬는데 피카딜리 서커스 주변에 당일 공연을 할인해 주는 곳들이 은근히 보여서 약간 김이 샜다. 관람 전 30분 정도 시간이 남길래 프린트해온 구글맵을 살펴보다가 오 이 근처에 포트넘앤매이슨이 있구나 하고 찾아가봤다.
사실 나는 포트넘앤매이슨이라는 이름을 이글루의 어느 이웃블로그에서 처음 들었고, 포스팅이 홍차와 다구에 관한 것이었기에 단순히 차를 파는 부띠끄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가보니 프랑스의 포숑Fauchon이나 에디야Hédiard 같은 고급 식료품점이었다. 우선 크리스마스 진열장 장식이 환상적이었고, 매장 안은 온갖 티와 커피, 샴페인과 초콜렛, 쿠키로 가득했다. 눈과 코가 (무료 시식 코너가 없으므로 입은 빼고) 너무나 즐거운 곳이었지만 가격은 참 비쌌다. 영국 하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4시 (맞나?) 티타임인데 스타벅스나 코스타 말고, 한사람당 17파운드씩 하는 호텔 찻집 말고, 저렴하고도 '영국스럽게' 차를 마실 만한 데를 찾지 못해 아쉬웠는데 차 관련 기념품 하나 사자 싶어서 이것 저것 고른 끝에 황금색 통에 든 크리스마스 스파이스드 티를 사가지고 왔다. 6.50 파운드, 아침식사용 차는 3 파운드로 좀 더 쌌던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문한 기념. 어쩜 통들이, 차가 아니라 차가 든 깡통들이, 하나같이 다 갖고 싶도록 예쁜 민트색에 막 아아 너무 예뻐어어어 이러면서 무식한 티도 좀 냈다.

니스로 돌아온 후 삼일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여기답지 않게 낮에도 어두컴컴하고.. 그래서 오늘 개시해보았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을 기념하며.

차도 잘 우리는 방법이 따로 있고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도 많을 테지만 나는 몇스푼이나 넣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얼추 tea ball에 세 스푼 넣고, 영국식 다기는 없지만 엄마가 사주신 전통 다기세트에 끓인 물 부어 마셨는데,

아 정말 맛있다 :)

구성은 차 78%에 코코아 닙스라는, 검색을 해봐도 뭔지 통 감이 안오는 (www.hotelchocolat.com에 따르면 Cocoa Nibs
: The part of the cocoa bean used in themanufacture of chocolate. The dried and roasted kernel of the cocoabean that remains after the husk has been removed.) 재료가 10%나 들었고, 오렌지 껍질 8%, Safflower, 오렌지 향, 그리고 생강 향.

생강을 좋아해서 그런지 따끈하게 목을 덥히면서 넘어가는 맛도 좋고, 마말레이드 같은 오렌지 껍질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데 향긋하고 쌉싸름한 고 맛도 좋다. 물론 여행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 더 맛있는 것도 있겠지만, 추운 겨울 두고두고 잘 마실 것 같다.


그래도 너밖에 없어 휘파람

우리는 둘 다 무언가 한가지라도 어긋나기 시작하면 굉장히 신경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운 말들을 쏘아붙이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곤 또 언제 그랬냐는듯 헤헤거리지만;) 재미있는 건, 그리고 다행인 건, 못참아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거다.
나는 내 기분이 굉장히 좋을 때 나와 상관 없는 일에서라도 부정적인 의견을 듣는 걸 싫어한다. 랄라라 오랫만에 한가한 주말 우리 나가서 맥주 한 잔 마실까? 하고 준비하고 나가는데 줄리앙이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 흉을 보면 그런 사소한 것조차 한껏 부푼 내 마음을, 뭐랄까, 잡친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나는 배가 고프면 헐크가 되는데, 좀 정도가 심하다. 게다가 배고프다고 분명 말을 했는데 줄리앙이 식당을 못찾고 헤매면, 바로 욕나오고 ㅋㅋ 식당을 한 군데 찾았는데 바로 들어가고 먹지 않고 좀 더 괜찮은 곳을 찾아보자, 이런 반응이 나오면 바로 시니컬해져서 막 나를 존중하니 존중하지 않느니 공격 들어간다. (젖달라고 보채는 신생아도 아니고 참..)
줄리앙은 기다리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스타일, 외출해서 신나는 일 열 가지를 했어도 돌아오는 길에 도로가 막히면 세상에서 가장 불공평한 일을 당한 양 투덜거리거나 난폭운전자로 변신한다. 그리고 은행을 비롯한 행정업무 보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나에게 백퍼센트 일임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내가 서류를 잃어버려서 일 진행이 안되거나 하면, 자기가 한 게 없으니 나한테 화는 못내고, "그거 어디다 뒀어?"하는 질문에 사알짝 가지가 돋힌다.

이번 런던 여행에서도 유럽인/비유럽인으로 나누어 하는 입국심사에서 나를 또 못잡아먹어 안달하는 바람에 (프랑스인 남편이랑 2박3일 런던에 여행왔다는데, 아니 왜에에에에에!!!) 오래 걸려 나갔더니 줄리앙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리는 만무하고, 짐 찾는 데 가봐도 아무도 없고, 핸드폰은 안되고, 그래서 그 넓은 히드로 공항을 얼마나 뒤졌는지. 결국 찾은 줄리앙은 또 하필 인솔자를 (회사에서 패키지로 간 거라 인솔자가 있었고, 공항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호텔까지 가야 하는 거였다) 잃어버려서 막 울그락불그락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성을 냈다 (이런 거 보면 정말 일곱살;; 어린앤데, 나한테 화를 내는 건 또 아니고 항상 혼자 화에 겨워서;) 결국 그 버스는 놓쳤고 (단체로 간 여행인데 어쩜 사람들이 우리 둘 없는데도 그냥 가버렸다, 우리나라 사람과 그룹 개념이 다른 건 알지만 그래도 참 너무하다 싶었다;) 둘이 한시간 넘게 공항에서부터 언더그라운드로 시내까지 가야 했다. 내가 "런던은 정말 우리를 싫어하나봐,"라고 말했을 정도로 도착부터 삐걱거린 여행이었지만,  

셀카를 찍는데 탑을 막 가리는 줄리앙 뻗친 머리를 보고 "너 근데 머리가 왜그래?" 그러고 둘이 또 박장대소

그래도 이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그래도 이 사람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거였다. 이만큼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나를 기쁘게 해주려 노력하는 사람이 피를 나눈 가족 외에 한 명 더 있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행복했다. 한낮에도 영하였던 런던에서의 삼일간 우리는 너무 추워서 서로 거의 껴안다시피 하면서 교통비 아껴 맛있는 거 먹는다고-_- 하루에 일고여덟 시간씩 걸었다.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Je n'ai que toi quand même.

까만 털모자 런던 군인 아저씨 포착 성공!


ㅇ에게 휘파람

너의 결혼식에 내가 없다니.
생각하면 할 수록 참 기가 막혀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
친해진 건 6학년 때지만 그 전부터 널 알았고,
조금 더 자주 만나거나 조금 덜 만나던 시기들이 있었지만
한 번도 연락 끊긴 적 없이 꾸준하던 우린데.

내년이면 스물 아홉인가? 우리도 많이 늙었다 ㅋㅋ
항상 의젓하고 꼿꼿하게, 철없는 나랑 자기색 강한 ㅎ 곁에서
이야기 들어주고, 술 마셔주고 -_-, 조언해주고...
큰 소리 내는 법 없이 조용한 너지만
우리 셋이 이만큼 오랫동안 친구일 수 있는 건
너의 힘이 참 컸다고 나는 생각해.
그래서 더욱, 네가 나의 친구 뿐이 아닌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게 어색하고.
나는 멀리 있으니 그렇다 쳐도 ㅎ는 얼마나 마음이 허전할까
걱정도 조금 되고. (내가 걱정 안해도 네가 알아서 잘 챙기겠지만)

결혼식 준비하는 내내 함께 다니면서 이것저것 참견도 하고,
신혼집 꾸미는 것도 돕고, 결혼식 당일 옆에서 잔심부름도 하고,
혹시나 네가 울면 눈물 닦을 화장지도 건네주고.
그럴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너무 아쉽고 서운해.

ㅇ야. 많이 많이 행복할 자격 있는 너니까.
아끼지 말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오래오래 좋은 모습 보여줘.
내가 가능한 한 가까이에서 지켜볼게.
하얀 웨딩드레스 입은 네 모습을 상상하며.

니스에서 승희가.

2010, 새 다이어리 그리고 목표와 다짐들 휘파람

몇 장 남지 않은 다이어리를 보고 있자니 12월이구나 싶다. 올해도 내 다이어리는 속이 빼곡하게 채워지지도 않았고 겉이 너덜해지지도 않았다. 너무 바쁠 때는 바빠서, 일이 없을 때는 일이 없어서 아무 표시도 없는 한 주를 보낸 적도 많다. 요새 2010년을 대비한 새 다이어리/플래너 구입, 새 다짐들, 시간 절약의 요령에 대한 포스팅이 유독 눈에 띄는데, 나도 참 시간을 대책 없이 보내는 때가 많은 것 같다. 극단적인 내 성격마냥, 잠도 못자고 밥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공부만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사나흘을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꼬박 영화/미드/한국쇼프로만 보면서 보낼 때도 있으니. 어떤 분 포스팅을 보니까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은 역사가 없는 나라와 같다, 는 말을 인용하시면서 메모가 중요하다고 하시던데, 나도 뭔가 간직하는 의미가 있을만큼 다이어리를 알차게 써봐야지, 그리고 시간도 아껴써야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고 프낙에 달려가서 고르고 고른 2010년 나의 새 다이어리.


아 너무 예뻐 +_+ 빨리 2010년이 왔으면 좋겠다 ㅋㅋ

2010년의 목표는 예년과 별로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걸로 준비;했다.
스타쥬 잘 마치기, 이태리어와 독일어 B1 레벨로 만들기, 포토샵과 웹디자인 관련 소프트웨어 배우기, 그래서 개인 홈페이지 개장하기, 1000유로 모으기, 책 50권 읽기 (일주일에 한 권 읽어야 가능한 목표인데 꼭 성공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운동하기.

2010년이면 스물 여덟 (이제는 죽어도 한국 나이로 계산 안한다;)인데 내 자신에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여유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부지런하고, 지혜롭고, 센스있고, 배려깊은..사람..이 되고 싶다.. 욕심이 좀 과한가?; 처음에 생각한 건 여유있는 사람 하나였는데 쓰다보니. 한가지 바람이 더 있는데.. 프레쉬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건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이 안된다, 상큼한 사람? -_- 청량감-_-이 있는 사람? 아무튼 만나면 새롭고 생동감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참 나는 왜 이렇게 바라는 것도 많은지;

Mélanie Laurent 휘파람


딱 부러지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섹시하기보다는 지적인 외모.

그녀의 영화 중에서는 프랑스 영화 Je vais bien, ne t'en fais pas (난 잘 지내, 걱정하지마)를 처음 봤는데 눈에 확 띄는 역할은 아니었고 나는 카드 메라드 아저씨가 너무 좋아서.. Inglorious basterds에서 보고는30-40년대와 어울리는 고전적인 외모에 와 너무 예쁘다 생각했는데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오는 현대물 Le concert에서도 마찬가지로 너무 예뻤다. 르 꽁세흐는 영화 자체는 그저 그랬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러고보니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에서도 유태인을 연기했는데 그쪽과 연관이 있게 생기지는 않았고, 아무튼 참 단정한 얼굴.

1 2 3 4 5 6 7 8 9 10 다음